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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 세트(전 2권)
  • 김별아 ㅣ 2017-01-25
  • 제본형태 : 양장본 ㅣ 면수 : 1권 372면, 2권 408면 ㅣ 크기 : 126×187
  • ISBN : 978-89-6574-613-3
  • 가격 : 27,600 원
역사이면서 전설이고 전설이면서 역사인…… 모두가 아는 듯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여인! 사랑을 품고 삶을 던진 논개를 통해 충(忠)과 절(節)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 김별아 장편소설 임진년의 왜란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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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면서 전설이고 전설이면서 역사인……
모두가 아는 듯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여인!

사랑을 품고 삶을 던진 논개를 통해
충(忠)과 절(節)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 김별아 장편소설

임진년의 왜란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여인 논개. 1593년, 왜군 장수를 끌어안고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진 논개는 의로운 기생[義妓]이자 순국(殉國)의 아이콘으로 후손들의 기림을 받아왔다. 최근 ‘논개 정신’이란 무엇인가로 논쟁이 벌어지기까지 할 정도로 익숙한 이름 속에는 진정 충절의 정신만이 있었던 걸까? 혹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진실이 숨어 있었던 건 아닐까?
역사의 한 줄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는 작가 김별아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로 2007년에 발표된 장편소설 『논개』가 새 편집으로 개정 출간된다. 단종 비 정순왕후의 내면고백을 소설화한 『영영이별 영이별』에 이어 작가가 조선시대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룬 두 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누구나 그 이름을 들어봤으나 정작 어느 누구도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해, 논개의 일화를 담아낸 『어우야담』『진주서사』『노량기사』등을 검토하여 그 자취를 추적했고, 마침내 ‘논개의 성장’과 ‘임진왜란의 발발’을 중심으로 한 원고지 2,293매를 집필해 두 권 분량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양반가의 자제로 태어났으나 집안의 몰락으로 관기가 되고 결국 기생으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바탕에는 나라에 대한 충성과 절개를 넘어 한 사람을 향한 깊은 사랑이 있었음을 소설로 재구성했다.
작가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조선 중기 ‘부패한 사회와 그 안의 사람들’을 흥미진진하게 소설에 드러낸다. 지방에서 많은 백성들이 향리들의 수탈로 고통받고 있을 때, 조정에서 파견한 관리들은 향리를 감독하기는커녕 그들과 함께 어울려 노닥거리기에 바쁘고, 일본으로 떠난 조선 통신사들은 이미 전쟁 준비를 마친 일본의 상황을 거짓으로 보고해 자신들의 안위를 챙긴다. 또한 국왕 선조는 전쟁이 나자 백성을 버리고 가장 먼저 도망친다. 마침내 조선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나고 신분을 뛰어넘어 누구나 팔을 걷어붙이고 전장으로 나선다. 논밭은 물론이고 산천의 열매와 동물들까지 씨가 말라 서로를 잡아먹는 지경에 이른 끔찍한 전쟁 속에서 작가는 마지막까지 조선을 지켜낸 것은 약한 자들임을 밝혀낸다.
작가는 향리, 벼슬아치, 국왕이 말로만 외쳐대는 충(忠), 절(節), 의(義)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허황된 이념과 처절한 현실 사이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리하여 작가는 유교 이념의 허상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백성들 사이에서 논개는 가슴속에 사랑을 품었기에 강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포착해낸다. 논개의 고귀한 사랑은 작가의 유려한 문체와 능숙한 상황 묘사로 구체화되어, 한 사람을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백성과 더 나아가 나라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되었음을 밝힌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던진 논개에게서 애국의 본모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장편소설『논개』는 어떠한 이념보다도 더 큰 사랑의 힘을 알려준다. 사랑으로 가득한 논개의 일생은 삶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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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뷔 초기 사회 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내려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개인적 체험』을 발표해 젊은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후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 『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30대에 접어들어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영영이별 영이별』『논개』『백범』『열애』등을 펴내며 실존인물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역사에 휘말린 조선 청년의 이야기『가미가제 독고다이』를 발표했다. 이후 ‘조선 여성 3부작’으로 조선 왕실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채홍(彩虹: 무지개)』, 조선 양반가 간통 사건을 소재로 한『불의 꽃』, 조선을 뒤집은 충격적 스캔들을 소설화한『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를 펴냈다. 원작을 복원한 ‘무삭제 개정판’『미실』을 출간했으며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를 김명순을 주인공으로 한『탄실』을 발표했다. 이외에 소설집으로 『꿈의 부족』이 있다. 
산문집『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가족판타지』(『식구』개정판)『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삶은 홀수다』 등을 통해 소설가이자 한 개인으로서 경험하는 소소한 일상과 그 안에서의 깨달음을 담았고, 아들과 함께 오른 백두대간 이야기『이 또한 지나가리라』『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를 펴내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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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서(序)|
도피봄눈의 기억운명의 재판꽃샘잎샘다연(茶煙)업이파랑(波浪)사실과 진실붕과 곤, 물고기이거나 새이거나사랑, 그 밖의 아무것도 아닌

2권

천리비린|검은 하늘맹하의 악몽송골매와 갈까마귀붉은 평화고독한 신념사랑이 길을 만든다흐르는 배산홍치마무덤복수의 축제|개정판 서문|초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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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우리 도망가요!”
동그마니 머리맡을 지키고 앉았던 딸의 입에서 느닷없는 말이 새어 나왔다.
“뭐, 뭐라고? 네가 지금 나에게 무어라고 말한 거냐?”
“도망가자고요. 숙부가 나를 김 풍헌 댁에 시집보낸다지 않으셨어요? 어머니도 모르는 약조를 했다지 않으셨어요? 난 싫어요! 어머니랑 헤어지기 싫어요. 아버지도 안 계신데 어머니 혼자 두고 어떻게 가요? 난 시집가지 않고 평생 어머니와 같이 살 거예요!”
어디서 무슨 소릴 어떻게 들었는지 어린것은 입술까지 감쳐물고 또박또박 말했다. 박씨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뜩하고 가슴이 우둔우둔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이쪽의 연락을 기다리다 못한 김 풍헌네서 받아 보낸 납길일(納吉日)이 목전에 다가와 있었다. 일 년 중 혼사에 가장 적합하고 경사스러운 시기가 묘월이니 조금도 지체할 수 없다고 그들은 짐짓 정중하게 알려왔다. 하지만 격식을 차리는 그 모양새가 더욱 가증스러웠다. 갓 쓰고 도포 차려입은 채 몽둥이를 들어 개를 어르는 꼴이었다.
-「도피」 중에서 

“논개야! 부디 곱고 참된 사람으로 자라주렴!”
“당신, 지금 아이의 이름을 무어라 부르셨습니까?”
“논개, 주논개요. 이 아이의 사주에 개가 넷 들었으니 말하자면 당신은 개를 낳은 셈이고, 우리 고향 사투리로 ‘낳는다’를 ‘놓는다’고 말하지 않소? 그래서 이두문식으로 말할 논(論) 자에 끼일 개(介) 자를 써서 아이의 이름을 논개라고 지었소. 어떻소? 당신도 아이의 이름이 마음에 드오?” 
“사주에 개가 네 마리라고요? 논개, 논개라! 듣고 부를수록 듣기 편하고 부르기 쉬운 이름이긴 한데…….”
“이 아이는 비록 여아이나 특이한 사주를 가지고 태어났으니 장차 큰일을 성취하고 명성을 드높일 것이 분명하오. 내 성의를 다하여 여공(女功)이라 칭하는 침선방적(針線紡績:바느질, 직물)뿐만 아니라 시서서산(詩書書算:시, 글씨, 산수)까지도 가르칠 작정이오. 시서와 육예로 총명함을 드높이고 범절과 인사로 진선진미한 품성을 기르려오. 그러면 반드시 국사에 이름을 남길 여군자가 될 터이니, 우리 내외의 나이가 많아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죽을까 봐 염려스럽고 한스러울 뿐이오.” 
-「봄눈의 기억」 중에서
 

논개는 땅고집에 생고집을 부리는 벽창우가 아니었다. 본디 가졌던 신분과 이력은 오래전에 의미를 잃었다. 더 이상 귀해질 수 없고 얼마든지 더 천해질 수 있는 처지와 형편을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았다. 논개는 공연한 강샘을 부리는 사람들의 험담에서처럼 도도하고 건방지지 않았다. 그녀 역시 간절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소녀였다. 숨이 붙어 있는 모든 날들이 사랑으로 채워지길 바랐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아무나 사랑할 수 없었다. 그저 상대가 나를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치 없는 사랑에 자신을 내맡길 수는 없었다. 그것은 자기에 대한 배반이요 사랑에 대한 모욕일 것이었다. 
논개는 애초에 박 지통과 눈조차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눈만 맞춰도 입을 맞췄다 배를 맞췄다 소문을 내는 음침하고 흉악한 사내들의 속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선 추문의 그물을 던져 사냥감을 에워싼 다음 탈로를 막고 올가미를 씌웠다. 음란하다는 소문만으로 아비가 딸을 죽이고 오라비가 누이를 죽이는 세상이었다. 
-「파랑(波浪)」 중에서

“얼굴이나 몸매만 어미를 빼쏜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심지 굳고 야문 것이 고스란히 닮은꼴이구나!”
박씨가 며칠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문병인 듯 문상인 듯 찾아온 관비들은 입을 모아 박씨의 의연함을 칭송했다. 부녀들끼리의 말로는 나이 사십이면 매지근하리니 며느리에게 살림을 맡기고 편안히 물러나 살 때라고 하였다. 하지만 박씨는 그 낙낙한 중년에 자식을 잃고, 새로이 자식을 얻고, 다시 남편을 잃는 환난을 겪었다. 치욕을 견디며 살아내었고 천한 신분으로 굴러떨어져서도 살아남았다. 물론 사랑하는 딸이 있었기에 견뎌 버틴 일들이지만, 과연 그 모두가 자식을 위한 것이기만 했겠는가. 
논개는 청정한 말로를 걷고자 간힘을 쓰는 박씨의 심정을 이해하였다. 그리하여 어머니의 정신이 혼혼히 드나드는 짬짬이 울기보다는 웃고 통곡하기보다 속삭였다. 불안과 두려움에 떨던 어린 딸에게 어머니가 들려주었던 옛이야기가 이제 그 추억으로 자라난 딸이 어머니에게 바칠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사실과 진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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