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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 공지영 ㅣ 2018-01-05
  • 제본형태 : ㅣ 면수 : 408 ㅣ 크기 : 408
  • ISBN : 9788965745792(8965745799)
  • 가격 : 14,000 원
“우리는 이 신음하는 거리를 떠도는 한 명의 낭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작가 공지영의 오늘을 있게 한 청춘의 끝없는 방황과 고독 어두운 죽음의 시대에 결코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고통의 시대에서 몸부림친 이 땅의 청춘들! 1983년,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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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 신음하는 거리를 떠도는
한 명의 낭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작가 공지영의 오늘을 있게 한 청춘의 끝없는 방황과 고독

어두운 죽음의 시대에 결코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고통의 시대에서 몸부림친 이 땅의 청춘들!
1983년, 그곳에서는 들끓었던 뜨거운 젊음에 대한 이야기

원고지 1,268매, 전체 3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몰락한 집안의 아들인 주인공 지섭이 제대 후 대학에 복학해 여자 후배 민수를 다시 만나는 1983년 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지섭에게는 약혼자의 집이 있는 광주에 방문했다가 군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약혼자를 잃고 임신한 채 돌아온 누나 혜섭이 있다. 혜섭은 아이를 낳았지만 정신을 놓아버리고 먼 곳을 응시한다. 군부의 정권 장악에 저항하는 학생들은 야학을 통해 노동자들을 교육시키며 의지를 다진다. 하지만 당국의 조치로 야학은 강제 폐쇄되고, 교사들은 경찰에 쫓기다 구속되며, 대학은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사회 분위기와 학생 운동, 집안 사정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지섭, 가족의 반대에도 사회 문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는 부잣집 딸 민수 등 음울한 시대와 등장인물들의 암울한 심리를 작가는 특유의 감각적인 서술방식으로 전달하며, ‘어두운 죽음의 시대에는 결코 방황할 수 없다’는 결연한 메시지를 선사한다.
이 작품과 관련해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대학생으로 80년대를 아파하며 보낼 수 있던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운동에 대한 동경을 갖게 해준 진실된 선배들의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좀 더 늦게 태어나 그 시절을 겪지 않았다면 나는 아주 이기적인 소시민이 됐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5년 동안의 치열한 싸움을 이겨내고 완성한 이 소설에는 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내며 불의한 시대에 저항한 기억이 담겨 있다. 뜨거운 투쟁의 뒤편에서 깊은 아픔을 간직한 개인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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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영

저자 공지영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89년 첫 장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1994년에 『고등어』『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공히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봉순이 언니』『착한여자』『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즐거운 나의 집』『도가니』『높고 푸른 사다리』 등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별들의 들판』『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2』『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딸에게 주는 레시피』『시인의 밥상』 등이 있다.
2001년 21세기 문학상, 2002년 한국소설문학상, 2004년 오영수문학상, 2007년 한국가톨릭문학상(장편소설 부문), 그리고 2006년에는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단편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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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부 1983년 여름의 기록
잘 오셨습니다. 여기서부터 우리의 서울입니다|길을 찾아서|옛 동산에 올라|아버지의 뒷모습|상류|지옥에서의 한철|사진 속에서 웃는 행복|마음이 가난한 자에게|문밖에서|먼 곳에 빛나는 별

제2부 어두운 죽음의 시대
그날|모멸의 시대|진짜 목사|폐허|유랑의 무리|심연|어둠의 집|깃발을 내리고|어디로 갈 거나|외길목|벼랑 끝에서|늪을 향하여|살아남은 자의 슬픔|돌아오지 않는 바람

제3부 고뇌 속을 가다
농부는 왜 보리싹을 밟는가|칼을 버리다|그 집으로 가는 길|강물이 바다에서|양지와 음지, 그리고|철창 속에서|종이 울리다|다시 걷는 길|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에필로그
작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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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80년대에 나의 20대 청춘을 보낸 것은 우연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것에 대해 소설을 쓴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소설가로서의 내가 4·19나 동학혁명 혹은 3·1만세 운동에 관심을 가졌듯이 나는 80년대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 80년대란 단군 이래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가장 많은 수의 국민이, 가장 조직적인 방식으로 불의에 저항했던 시기였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거나, 그것을 쓴다는 것을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나의 의미로서는 이미 소설가이기를 포기한 것이었다. …
나는 나의 문학적 무능이 80년대를 해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80년대를 아름답게 살려내고 싶은 바람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바람을 품을 때마다 내가 80년대에 20대를 보냈다는 것이 그때 어리숙했던 내게는 형벌이었지만 바로 이런 의미에서는 얼마나 뜨거운 축복이었는지를 새삼 깨닫는 것이다.” -「작가 후기」 중에서

-좋겠군요, 형은 도망갈 데가 있어서.
입대 전날 술집을 비틀거리며 빠져나오던 지섭을 부축하며 인경이 말했다.
-모두들 얼마나 황당해하고 화가 나 있는 줄 알아요?
비난하는 표정이 역력한 인경의 입술을 제 입술로 덮쳐 막으며 지섭은 인경의 긴 머리칼을 자꾸 쓰다듬었고, 그제서야 인경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다릴게요.
한참 뒤 눈물에 젖은 볼을 제 손으로 훔쳐내며 인경이 말했다. 지섭을 올려다보는 인경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지섭은 인경의 턱을 한 손으로 가만히 들어 올렸다.
-무얼 기다리지? 우리에게도 아직 기다릴 게 남아 있던가?
그는 정말 도망치는 사람처럼 술집 뒷골목을 빠져나와 논산으로 떠났다. 다시 5월이었고 먼 산에서 피어나는 연초록빛 이파리 사이로 수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아른거렸지만 그는 쉽게 그것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푸른 옷, 연병장 시궁창 속을 구르면서 발견했던 연보랏빛 제비꽃.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곳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그 시간 속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며, 그리고 지섭이 도망쳐 나온 세상처럼 죽음은 아주 가까이 있었다.
-「잘 오셨습니다. 여기서부터 우리의 서울입니다」 중에서

-아버지…….
아버지는 민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의 얼굴에 희미한 경련이 일었다.
-……가자.
아버지는 겨우 이렇게 말했다. 민수는 대답 없이 고개를 숙였다. 말해야 한다. 아버지 저는 이미 결심했어요. 그러나 말라붙어오는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민수가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의 주름진 눈은 분노하기보다는 애원하고 있었다. 민수는 순간 아버지에게 안겨 엉엉 울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화해를 하고, 그리고 착한 딸이 되고, 그리고…….
-아빠, 전 가지 않겠어요…….
아버지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번쩍 튀었다. 그것은 벼락처럼 민수의 몸을 내리 덮치는 것 같았다. 민수는 그것이 제 몸으로 와서 부딪치는 아픔을 느꼈다. 잠시 후 아버지는 그대로 돌아서서 침착하게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더 묻지도 돌아보지도 않았다. 12·12사태, 광주 ××공사 대표이사, 화려한 만큼 죄스러웠던 경력을 가진 아버지의 어깨는 아주 작고 초라해 보였다. 그때 아버지의 뒷모습이 왜 그리 가여워 보였는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의 뒷모습」 중에서

“어때요, 학교 많이 변했지요?”
민수가 묻는다.
“응.”
“하루하루가 달라요. 짭새들도 더 늘고, 더 눈을 희번덕이고 있어요.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남학생들은 잔디밭에서 포커를 치고 짭새들은 그걸 구경하지요. 그리고 어떤 날에는 선배들과 새로 인사를 나누는 신입생들에게 짭새들이 다가오곤 하지요. 모여 있으면 안 된대요. 우리들은 그저 학원에 나온 학생들처럼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민수는 천천히 말을 한다. 지섭은 문득 도망치고 싶어 하는 자신을 느낀다. 복학이라는 것은 어쩌면 지섭에게 이런 변화와 마주치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몰랐다. 묵묵히 앞만 보고 있는 지섭을 바라보며 민수가 맑고 가지런한 이를 내보이며 웃는다.
민수.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이었던가. 짧고 부드러운 머리칼을 나풀거리며 지섭에게 뛰어와서는 형, 점심 먹었나요? 강의 많이 남았어요? 문과대 애들 탈춤 연습하는 거 보러 가지 않을래요? 조그만 입으로 숨을 꼴딱거리며 쉬다가 형, 저, 사실은 지금 수업 시간이에요. 들어가긴 들어가 봐야 돼요, 하면서 박하사탕 두 알을 내민 적도 있었다.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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